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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자다

10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여 몇 번이나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보내주신 원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노컷일베 편집부-

나이 오십이 다 된 나를 보시고는 젊은 사람이 왔다고 좋아하시며 본인이 가지고 있던 태극기를 내 손에 쥐어 주시는 할머니를 보며 가슴이 저렸다.

얼마나 젊은 사람이 없었으면 나를 보고 젊다고 하실까 싶었다.




 

촛불 집회를 전 국민의 뜻인 양 마구 떠들어 대는 언론과 목 줄기에 핏대를 세우고 침을 튀겨가며 대통령에게 막말을 함부로 해대는 종편의 잘난 사람들에게 질려 촛불만이 국민의 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통령을 끌어내리며 그것을 무슨 축제인 양 포장하고 광장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춤추고 노래하며 폭죽까지 터트리는 모습에 집단 광기마저 느껴져 소름이 끼쳤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은 TV인터뷰를 하며 다수가 원하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한다. 끌어내려야 한다라고 하는데 완전히 미친 것 같았다.

착하고 순진한 국민들을 선동해 광장으로 불러내고 슬쩍 그 뒤에 숨어 자신들의 뜻을 이루려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라가 망한다 해도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고 국민들이 나서서 벌인 일이라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다. 국민이 법과 원칙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했듯이 대통령을 끌어 내릴 때에도 그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아무런 법적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국민이 죄인이라고 하면 죄인이 되는 것인가?

너도 맞고 나도 맞는 미용주사 따위로 대통령을 잡아 흔들고 있다.

동네 피부과에 가면 3만원이면 맞을 수 있는 것이 요즘 미용주사다.

흔하디흔한 그 미용주사를 매일 TV 앞에 나서는 환갑 된 대통령이 맞은 것이 뭐 그리 죽을 죄라고 다 까발려 망신을 주고 모욕하는지 도대체 알 수 가 없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여자란 말이다그런 미용주사 안 맞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봐라자고로 안 맞아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만 맞은 사람은 없는 게 바로 그 미용주사라는 거다.



 

어느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빌고 석고대죄 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고 했다.

미쳤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이라고 이따위 망발을 함부로 하는지.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우리가 자기 신하도 아니고.

 

우리가 이런 사람들에게 세금으로 월급 주며 나라를 맡겼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이렇게 말했다면 아마도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다.




11시쯤 집회가 시작 된다고 해 10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날이 추워서인지 모인 사람들은 그저 몇 백 명 정도 뿐이었다.

그 전날 탄핵 결정이 났으니 사람들은 이제 틀렸다 싶어 안 나오려나보다 했다.

나 하나 라도 머리를 채워야겠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 두 사람씩 늘더니 어느새 주변은 온통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데 가슴이 저릿했다.

눈물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그렇구나.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다수가 있었구나.

그렇구나.

광장에 모여 촛불을 흔들고 춤추고 노래하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다수가 또 있었구나.

대통령을 참수해 피 흘리는 목을 만들어 장대에 걸어 끌고 다니며 낄낄대고, 단두대를 만들어 세워 놓고, 대통령의 얼굴을 공에다 그려놓고 어린 아이들에게 발로 차게 하고 그 모습을 보며 손뼉치고 잘 한다고 응원하는 부모만이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것이다.

 




광화문에서 대학로까지 거리 행진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언제 시위란 것을 해봤나.

조직적이지도 않고 일사분란하지도 않고 그저 엉성하기만 한 초보 시위대들.

가끔 길을 막아서는 의경들에게 비키라고 야단치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이 아이들에게 화내지 마세요. 야단치지 마세요. 우리들 때문에 추운 날 어린 이 아이들이 더 고생이예요하는 말에 알았다며 저 멀리 돌아서 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한없이 또 짠했다.

그래. 우리 다 같이 이게 뭔 일이냐. 이게 웬 고생이냐.’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태극기를 흔들고 탄핵 반대라고 소리치는 게 전부였다.

그 잘난 무대도 없고 유명한 가수도 없고 젊은이들도 많지 않고 변변한 인쇄물 한 장이 없었다.

그저 마음뿐이었다.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하던 중 대학로 입구쯤에서 대열 중 목발을 짚고 걷고 계신 분을 보았다.

아니 이게 뭐라고 거기서 여기가 어딘데 저렇게 목발을 짚고 걸어왔을까.’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인터넷이나 종편에서는 참여 인원이 5천명뿐이라고 방송을 해댔다.

공중파에서도 종편에서도 촛불집회는 생중계를 하면서 우리의 행진은 방송에 제대로 내보내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주에 또 나설 것이다. 이번에는 헌법재판소 앞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주에 또 다들 한마음으로 탄핵 반대를 외칠 것이다.

청와대 앞에서.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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